루이비통, 구찌, 발렌티노, 마크제이콥스, DKNY, 나이키, MBL, PUMA... 현실 세계의 유명 브랜드들이 하나둘씩 메타버스에서 자사 신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메타버스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요? 세계 최대 패션 쇼핑 플랫폼 LYST에서 분기마다 발표하는, 'THE LYST INDEX'에서 3분기 연속(2020 3분기~2021년 1분기)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1위' 자리를 석권한 '구찌'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THE LYST INDEX: 매년 1억 5천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12,000개의 브랜드와 상점에서 구매를 하는 LYST에서 3개월 동안 발생한 판매 및 전환율 등 구매자 행동에 Google 검색 데이터, 소셜 미디어 언급 및 참여 통계를 포함하여 분석한 결과입니다. 분기별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구찌는 메타버스에서 무엇을 봤나?
*구찌가 메타버스에 탑승한 방법: 현실세계에서 판매하는 구찌 신상품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가상세계 아바타가 착용할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고 아바타가 활동할 가상공간, 미션, 영상화보 촬영, 포토존 등도 함께 제공하여 온라인에서 브랜드 구찌를 경험하도록 함.
전 세계 2억명이 사용하는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에는 수많은 가상공간이 있고 이용자들이(User) 직접 아이템을 판매하고 가상공간을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제페토에서 구찌는 현실세계에서 320만원에 달하는 2021년도 구찌 신상을 단돈 2,4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약 1,320배나 저렴한 가격입니다. 구찌는 왜 제품의 가격을 낮춰서 판매하는 걸까요? 진짜 손해를 보는 걸까요? 구찌가 진짜로 팔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페토' 이용자들은 '구찌'와 같은 유명 브랜드에 호의적입니다. 신제품과 동일한 디자인을 입은 아바타가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모습도 신기하고, 현실세계에서 '옷', '신발', '가방', '안경'까지 모두 구입하면 1,000만원을 훌쩍 넘길 제품들을 1만원으로 '풀 착장' 해 볼 수도 있습니다.
패션 모델처럼 구찌를 입고 화보 촬영, 광고 촬영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으리으리한 '구찌빌라'에 방문해서 사진도 찍고 게임도 하며 놀수 있습니다.
*출처: ZEPETO, <구찌입는 아바타> |
현실세계에서 320만원에 달하는 구찌 신상을 단돈 2,400원(21년 4월 11일 기준, 14zem = 1,200원, 구찌 아이템 가격 = 28zem)에 판매하고 있는 제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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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GUCCI, <구찌 공식 온라인 스토어 www.gucci.com> |
*출처: ZEPETO, <현실세계 디자인과 동일한 구찌 아이템> |
구찌를 입지 않은 아바타로도 구찌화보 영상을 만들 수 있어서 어떤 분위기인지 확인하실 수 있도록 예시 영상을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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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촬영 및 편집: metapippin, <제페토 아바타로 만든 구찌 영상 화보 >
◼️ 구찌 신상을 2,400원에 파는 이유
1) 고객 맞춤형 브랜드 경험 제공
제페토의 진성유저(Quality User)는 MZ세대입니다. 유저들이 제페토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아바타용 패션 아이템 가운데에서 고심 끝에 '구찌'를 선택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가장 입고싶은 옷'이라는 인식이 생깁니다. 아바타에게 한번 입혀 본 디자인이기 때문에 백화점에서 똑같은 모양의 구찌 제품 앞을 스쳐 지나갈 때도 쉽게 인지할 수 있고 친근함마저 들어서 오래 기억 됩니다. 이렇게 '브랜드 구찌'에 대한 호감은 조금씩 상승하고, MZ세대가 경제력을 가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객이 됩니다.
2) 수익을 창출하는 참신한 홍보
'홍보비'는 일반적으로 소모되는 비용입니다. 회사의 주력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핵심 타겟층에게 도달할 수 있는 광고를 제작하고 배포하는데 모두 사용됩니다.
하지만, 구찌는 제페토에서 신제품과 똑같은 디자인의 패션 아이템을 제공하는 참신한 홍보로 브랜드 인지도를 상승시킴과 동시에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구찌와 제페토 간의 구체적인 계약은 알 수는 없지만, 브랜드 라이선스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료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구찌는 돈을 벌고 있다는 합리적인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럼 여기서 '돈을 번다'는 건 무슨 말일까요? 바로, 규모의 경제입니다. 제페토는 약 2억명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저의 0.5%가 2,400원짜리 구찌 아이템을 1개 구입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매출 공식에 적용해서 살펴보면,
매출 = 유입수 Ⅹ 구매율 Ⅹ단가
제페토에서 구찌 아이템 1개의 판매 단가는 2,400원이고 이용자 2억명의 0.5%는 100만명이므로 매출은 약 24억원 정도입니다. 반면, 제페토에서 판매하는 구찌 아이템의 본질은 컴퓨터 그래픽입니다. 홍보물 인쇄 및 오프라인 배포 과정을 생략할 수 있고, 인하우스 그래픽 디자이너가 있어서 추가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 초기 제작비용을 현저히 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 1개의 아이템을 이용자의 0.5%만 구입해도 이 정도인데 구찌는 옷, 신발, 가방, 안경 등 다양한 신제품을 아이템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페토는 구찌에 열광하는 MZ세대의 놀이터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한 손에 거머쥔 구찌. 바로 이것이 메타버스에 유명 브랜드들이 탑승하고 있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요?
구찌의 화려한 부활
전 세계 MZ세대에게 가장 사랑받는 명품브랜드는 '구찌'입니다. MZ세대들은 중성적이고 화려하면서 동시에 빈티지한 감성이 물씬 풍기는 구찌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찌피케이션(Guccification)’이라고 부르며 '구찌스럽다(GUCCI-ish)'라는 신조어는 '쿨하고 좋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 구찌의 성장과 실패
'구찌'는 패션 디자이너 구찌오 구찌(Guccio Gucci)가 1921년 피렌체에 설립한 이탈리아 명품브랜드입니다. 창업 후 귀족들을 대상으로 한 승마제품, 대나무를 활용한 유니크한 디자인 제품 등이 크게 성공하여 명품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1980년대 말, 창업자의 손자였던 파울로 구찌가 브랜드 라이센스를 남발하여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는 위기를 겪은 후,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뀌었고 1994년 톰 포드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구찌를 이끌며 두번째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2004년 톰 포드와의 재계약이 불발되고 프리다 지아니니를 영입하여 2009년까지 명품브랜드 구찌의 이미지를 잘 이어갑니다. 하지만 2009년~2014년 동안 큰 변화없이 특별한 영감을 주지 못하게 되고, 부진의 늪에 빠지며 점차 매출이 감소하는 등 두번째 위기를 맞이합니다.
◼️ 화려한 부활
2015년 명품 보테가 베네타를 성공시킨 마르코 비자리를 영입하고, 구찌 스튜디오에서 12년간 일한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수석디자이너로 선임하면서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미켈레가 발표한 구찌의 새로운 디자인은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매우 화려하면서 동시에 빈티지한 독특한 스타일이였습니다. '구찌피케이션(Guccification)’이란 애칭을 얻은 '새로운 구찌'는 MZ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SNS를 타고 빠르게 전파됐습니다.
2015년부터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며 재도약에 성공. 2017년에는 '구찌스럽다(Gucci-ish)'라는 단어가 구글 패션분야 검색어 1위를 차지했고, 래퍼 릴 펌(Lil Pump)이 부른 '구찌 갱(GUCCI Gang)'은 빌보드 3위에 랭크 되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샤넬의 매출을 가볍게 뛰어넘었고 현재는 루이비통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구찌의 성공은 과감한 이미지 변신과 잠재 고객층의 눈높이에 맞춘 소통전략에 있습니다. 새롭게 단장한 브랜드 가치와 디자인 철학을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해 구찌는 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 디지털 아트, 게임 등 온라인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식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모바일 게임 '테니스 클래시(Tennis Clash)',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와 협업하여 현실세계와 동일한 디자인의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였고, 고객들에게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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